서울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 동안 무려 13%나 올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말까지는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게 되면 노무현 정부 시절 기록한 연간 상승률(11.6%)을 훌쩍 뛰어넘는다. 일각에서는 ‘미친 집값’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과연 이 같은 급등세가 언제까지 이어질까.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내년엔 평당 1억원 시대가 열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서울 집값이 오르는 걸까. 도대체 어떤 요인들이 작용했기에 전국 주택시장 중 유독 서울 지역에서만 폭등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 이번 주 위클리비즈 커버스토리는 최근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서울 집값의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시장 흐름을 전망해봤다.
왜 하필 서울인가?
최근 몇 년간 지방 대도시에서도 신축 아파트 분양 열기가 뜨거웠다. 부산·대구·광주 등 주요 광역시에선 청약 경쟁률이 수백 대 1에 달했고, 일부 단지는 당첨자 발표 직후 프리미엄(웃돈)이 수천만 원씩 붙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미분양이었다.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은 달랐다. 새 아파트든 구축 아파트든 상관없이 모든 단지가 완판됐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단지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서울에만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
수요-공급 불균형 심화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서울 집값 강세 배경을 설명한다. 우선 인구 구조 변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총인구는 5163만 명으로 전년보다 0.4% 줄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 역시 2016년 73.8%에서 2017년 72.7%로 감소했다.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34만 명이 줄어들면서 2020년부터는 전체 인구 감소세가 본격화된다.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인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내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서울은 다르다. 지난 수십 년간 꾸준히 인구가 늘었다. 2000년 약 1000만 명이던 서울 인구는 2018년 현재 약 1100만 명으로 증가했다. 매년 4만∼5만 명씩 늘어난 셈이다. 게다가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 감소 속도마저 더디다는 점 또한 서울로의 인구 유입을 부추긴다. 실제로 1980년 합계출산율은 6.0명이었지만 2015년에는 1.24명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서울시 합계출산율은 여전히 1.17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즉 베이비부머 세대 자녀들인 에코세대(1979~1992년생)가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면서 당분간 서울 인구 증가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또 다른 변수는 가구 분화다. 1990년까지만 해도 한 가족당 평균 가구원 수는 4.53명이었다. 하지만 2010년 들어 처음으로 4명이 깨졌다. 2011년에는 3.9명, 2014년에는 3.75명으로 줄었고, 급기야 작년에는 3.66명까지 낮아졌다. 그만큼 소형 가구가 늘었다는 뜻이다. 결국 중대형보다는 중소형 평형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핵가족화가 가속화되면서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5년 15.5%였던 1인 가구 비율은 2005년 20.0%로 늘었고, 2025년에는 31.3%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2030년이면 세 집 가운데 한 집꼴로 1인 가구가 된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러한 사회구조 변화가 기존 주택시장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는 점이다.
소형주택 선호현상 뚜렷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수는 이미 600만 가구를 넘어섰다. 이제 혼자 사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다. 심지어 독거노인뿐 아니라 청년층 사이에서도 자발적 비혼족이 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거 형태도 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피스텔이다. 그동안 오피스텔은 주로 신혼부부나 독신 직장인에게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젊은 층뿐만 아니라 노인 거주자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자가 보유한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7.13%로 집계됐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연 1.67%)의 네 배 가까이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물론 중견 건설사들까지 잇따라 도시형 생활주택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